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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야기

은행원 이야기 20편 : 은행 영업의 고질적인 문제점

by 카르페디엠 니키 2023. 6. 3.

은행영업-문제점
은행영업-문제점

 

은행원 이야기 20번째입니다. 은행 영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한 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은행원 이야기에서 은행 신년사를 다루면서 은행장들이 강조하는 영역 중의 하나가 비대면 영업인데요. 은행의 영업 방식만큼은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은행이야기 다른 편
은행원 이야기 1편 - 내 이력
은행원 이야기 2편 - 은행원의 아침 업무
은행원 이야기 3편 - 은행 신입으로 들어오면?
은행원 이야기 4편 - 은행원 실적 압박
은행원 이야기 5편 - 은행원 연봉
은행원 이야기 6편 - 은행 창구별 업무 특성( 예금창구 , 상담창구 , 기업창구 , 로얄창구 )
은행원 이야기 7편 - 은행원들의 착각
은행원 이야기 8편 - 23년 우리은행 신년사 전문 분석
은행원 이야기 9편 - 은행 취업 현실 - 스펙 , 학벌 , 자격증 , 영어 점수
은행원 이야기 10편 - 23년 신한은행 신년사 전문 분석
은행원 이야기 11편 - 은행 퇴사를 한 이유 영업점 편
은행원 이야기 12편 - 은행 퇴사를 한 이유 본점 편
은행원 이야기 13편 - 은행 직급
은행원 이야기 14편 - 발령 받으면 좋은 지점, 안 좋은 지점
은행원이야기 15편 - 은행원 퇴근시간, 워라밸

은행원이야기 16편 - 은행 본점 vs 지점 비교, 차이점

은행원이야기 17편 - 은행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feat. 인적성)

은행원이야기 18편 - 본점 부서와 업무는 어떤 게 있을까요?(feat. 입사 후 포부)

은행원이야기 19편 - 은행원의 연애, 결혼

 

 

1. 지점의 은행원을 압박해 영업실적을 올리는 구조

은행 영업 방식은 영업점(지점)을 압박해서 영업실적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은행원들은 지점에서 손님들에게 사정을 해가며, 영업을 합니다. '이 상품이 새로 출시됐다.', '이 상품이 금리가 높다, '이 상품을 가입하면 대출금리 우대가 된다.', '이 상품 좀 가입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하루에도 끈질기게 영업을 할 때가 있습니다.

 

본점에서 어떤 상품을 출시하면, 출시한 상품에 대해서 지점에 목표치를 내놓는다던지, 아니면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프로모션으로 각종 상벌을 부과합니다. 본점에서도 영업 추진을 하는 방식이 지점의 직원들을 어떻게 독려하거나, 소위 말해 '어떻게 쫄지'를 고민을 합니다. 좀 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을 고민을 한다거나, 어떻게 하면 더 잘 마케팅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2. 우리은행 위비톡 사건

저는 사실 이렇게 지점을 통해서 당연한 건 줄 알았던 시기가 있습니다. 그러다 어떤 사건이 좀 굵직하게 제 인생 사건이 들어오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름하야 '위비톡' 사건인데요. 당시 한창 인터넷전문은행, 비대면 영업, 빅데이터, 4차 산업 등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요즘도 물론 이슈겠지만요. 그래서 신입직원을 뽑을 때도 전산, IT쪽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채용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하지만 채용만 그렇게 하면 뭐하나요? ㅎㅎ 그 시절 우리은행 지점 직원들은 전설의 위비톡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위비톡은 우리은행 출시 어플인데 비대면 영업의 기반을 만든다고 해서, 카카오톡에 대항할 수 있게 만든 어플입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다 쓰고 있는데 위비톡을 써야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은행 직원들을 이게 금융상품도 아니고, 뭐라고 하면서 고객들에게 권유를 할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영업이 안 되고, 어플 설치율은 크게 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 당시 은행장, 임원진에서 극대노를 했습니다. '영업에 대한 의지가 있냐. 뭐하는 거냐. 그리고 위비톡을 설치하지 않은 직원들도 있더라. 뭐하는 거냐' 이렇게 하달 방식으로 본점 → 지점, 임원 → 지점장 → 직원들에게 압박이 내려왔고, 일단 위비톡을 설치를 하지 않은 은행 직원부터 리스트를 뿌려서 가입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지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지점이 위비톡 설치를 하도록 목표와 기간을 부여했고, 한명당 50개 이렇게 부여가 되었습니다. 금융상품도 아니고, 단순 어플 설치인데 뭐가 어렵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비톡을 설치하면 스타벅스 쿠폰을 주던 시기가 있었는데, 직원들이 스타벅스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위비톡을 다운로드하면 스타벅스 쿠폰을 주니 다운로드 받아보시라고 해서 실적을 해오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진 위비톡. 그렇게 힘들게 직원과 고객들에게 설치하게 해놓고, 아예 없는 일로 만들게 되어버렸네요. 저는 그 어플을 통해서 은행 대출, 외환, 예금 등 각종 상담을 해주고 편하게 은행 지점 직원들과, 고객들이 소통하는 경로로 사용했으면 너무 좋았을 거 같은데 참 아쉽습니다. 이렇게 직원을 압박하다가 한순간에 없는 일이 되버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위비톡 때가 특히 영업 압박의 강도나 삽질이 정말 심했어서 이야기를 하는 거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은행에선 늘 있는 일입니다.

 

 

3. 인터넷전문은행, 토스, 카카오뱅크를 통해 배운 것들

사실 은행원으로서 월급 받는 입장에서 영업을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업점 직원을 통해서 홍보하고 권유하고 팔아야 할 상품이 있고, 아닌 상품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위비톡을 포함해서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등을 통한 비대면 상품, 혹은 서비스들은 지점 직원을 통해서 고객에게 억지로 설치하는 건 마케팅 차원이나 사용률에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고객이 직접 찾아서 써보고 좋다고 생각해야, 다른 이에게도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고 사용률이 늘어나니까요. 

 

한 예로 모든 시중 은행에서 신규 고객을 늘려야 한다고 신규 고객 유치 경쟁을 종종 합니다. 계좌가 없는 고객들 계좌 개설을 하려고, 친척, 친구, 지인 모두를 동원을 해봅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토스가 신규 고객을 늘리는 과정을 보시면 아실겁니다. 카카오뱅크, 토스 계좌를 지금 보유하고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카카오뱅크 직원, 토스 직원이 나와서 계좌 개설을 하라고 해서 한 게 아니잖아요.

 

물론 처음엔 카카오 이모티콘을 받고 귀여운 카카오체크카도 사용하려고, 토스는 토스뱅크 금리를 받으려고 계좌개설을 했겠지만 이토록 꾸준히 사용하는 이유는 편리하고 좋은 서비스가 많아서입니다. 카카오톡을 통해서 이체가 너무 쉽고, 카카오뱅크 비대면 대출, 카카오뱅크 송금 등  너무 편리하고, 토스에서 문자송금, 마이데이터, 신용등급 확인, 신용카드 이벤트 등 각종 다양한 서비스들을 선제적으로 출시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계좌개설 이후에도 카카오뱅크, 토스뱅크를 꾸준히 사용을 하는 겁니다. 지점 직원들을 독려하거나 압박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4. 역량을 키우고 IT쪽 젊은 직원들로 교체

왜 시중은행은 인터넷, 비대면 분야에서 발전을 못하는 건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IT, 스마트뱅킹 관련 부서의 사람들이 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그리고 특히 해당 부서에 결정권이 있는 사람들이 나이가 많은 분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온 나이에 따라 직급과 연봉이 정해지는 연공서열이라는 것이 무너지게 되는 단초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바꿀 순 없다고 생각이 들지만, 바꾸지 못하면 결국 은행은 조금씩 서서히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회사가 망하면 연공서열이 무슨 소용인가요? 그래서 적어도 IT, 비대면 업무 관련 부서는 결정권을 젊고 IT 역량이 있는 직원에게 주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이 잘해서가 아니라, 은행업이 나라에서 인가를 해주는 인가업이라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진입장벽이 조금이라도 허물어진다면 망해가는 속도도 더 빨라질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23년 5월 31일 은행권에서 대환대출, 환승대출 서비스가 출시됐는데 역시나 이 서비스가 출시되자마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토스는 바로 시작했더라구요. 제가 사용하는 시중은행 어플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은 전혀 내용이 없었습니다. 이런 차이가 점점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차이를 좁히고 나중에는 역전이 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은행도 퇴직하고, 은행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지만, 저 역시도 나이가 들어도 IT쪽 역량은 계속 키워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생각이 많을 때가 많습니다. 빅데이터(SQL), 프로그래밍)파이썬) 등을 배워놓으며 나중에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요. 은행도 지금 예대마진으로 많은 차익을 누리고 있다고 안주하지 말고 적어도 비대면 영업에 대해서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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