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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야기

은행원 이야기 - 은행 지점 신입의 현실적인 고충(feat. 업무 애송이)

by 카르페디엠 니키 2022. 12. 26.

은행원 업무 정말 힘들까? 정말 힘들다고 하는데 고충이 정말 어느 정도 될까? 사실 반은 진실 반은 거짓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신입 때를 돌이켜보면 은행은 정말 지옥같은 곳이었다.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사람마다 기간은 좀 다를 수 있다.

 

 

 

*은행이야기 다른 편
은행원 이야기 1편 - 내 이력
은행원 이야기 2편 - 은행원의 아침 업무
은행원 이야기 3편 - 은행 신입으로 들어오면?
은행원 이야기 4편 - 은행원 실적 압박
은행원 이야기 5편 - 은행원 연봉
은행원 이야기 6편 - 은행 창구별 업무 특성( 예금창구 , 상담창구 , 기업창구 , 로얄창구 )
은행원 이야기 7편 - 은행원들의 착각
은행원 이야기 8편 - 23년 우리은행 신년사 전문 분석
은행원 이야기 9편 - 은행 취업 현실 - 스펙 , 학벌 , 자격증 , 영어 점수
은행원 이야기 10편 - 23년 신한은행 신년사 전문 분석
은행원 이야기 11편 - 은행 퇴사를 한 이유 영업점 편
은행원 이야기 12편 - 은행 퇴사를 한 이유 본점 편
은행원 이야기 13편 - 은행 직급
은행원 이야기 14편 - 발령 받으면 좋은 지점, 안 좋은 지점
은행원이야기 15편 - 은행원 퇴근시간, 워라밸

은행원이야기 16편 - 은행 본점 vs 지점 비교, 차이점

은행원이야기 17편 - 은행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feat. 인적성)

 

 

1. 나는 신입, 하지만 상사는 날 피해다녀

은행 신입으로 영업점(지점)에 배치되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옆에 과장님, 대리님이 잘 가르쳐줄까? 전혀.. 나랑 이야기도 안하려고 한다. 나랑 친하게 엮였다가 전담 마크 직원이 되어서 업무 고충이 배가 되기 때문에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내가 예쁘거나, 잘 생겼거는데 이성직원이 상사라던가, 혹은 엄청난 친화력(부담없는 친화력)을 가진 직원이라면 그 과정이 덜 힘들 수 있겠다.)


나는 외모적으로도 친화력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한 직원이 아니었기에, 친절하게 잘 알려주는 직원은 많지 않았다. 빨리 업무를 배워서 적응을 하고 싶지만 은행 업무는 규정이 많아서 상당히 어렵고 업무 범위가 광범위해 시간이 걸린다.ㅜ



2. 나는 신입, 하지만 손님은 기다려주지 않아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에게도 고객에게 대한 즉각적인 응대, 답변이 요구되는 건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면 첫 입사해서 첫 지점에 발령이 났는데, 개인대출계로 발령이 났다. 대출 담당 직원은 3명인데, 내 앞에 그냥 손님이 앉는다. 손님이 '저 마통 뚫을 수 있나요? 상담 받고 싶어요' 라고 하는데 마통이 뭔지 난 이해도 당시 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마통=마이너스통장' 즉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은행-창구-고충
은행-창구-고충


알아 들었어도 상담이 어려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손님보다도 마이너스 대출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상담이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손님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신입이라서 상담이 어려우니 잠깐 기다려주시겠어요?' 라고 부탁한다. 나 하나 때문에 앞에 손님이 하나 둘 쌓여간다. 상사들은 나 때문에 점심도 먹으러 가지 못한다.



솔직한 마음으로 상사가 점심 먹으러 가고, 휴가를 가서 내가 혼자 지점에 남겨져 있는 상황이 제일 무섭다. 팀장(차장님), 팀원(대리님), 나 세명 뿐인데, 팀장이 휴가 가고, 대리님은 점심 먹으러 가고 나 혼자 창구에 남으면 지점 대출 창구는 올 스톱이 되버린다. 이런 과정이 반복이 하루에 수십회, 며칠만 반복되다보면, 나는 쓸모 없는 사람 같다고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자존감이 엄청 낮아진다.


그렇다고 당차게 그냥 손님 상담을 진행하기도 힘들다. 업무전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 결국에 상담이 도중에 막혀버린다. 학교 공부랑은 너무 달라서 매일 깨져나갈 수밖에 없다. 학교 공부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찾아볼 수가 있지만, 손님은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바로 요구한다.

 



3. 나는 신입, 나에겐 너무나 버거운 진짜 어른들의 돈이 걸린 일

또한 손님들은 각종 부동산계약, 자동차 등 목돈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 가능 여부를 상담하러 온 것이다. 그런 손님들에게 대출이 가능하다고 상담해 줬다가, 나중에 대출이 안 되버리면 계약 파기가 되버리기 때문에 엄청 난리가 난다. 은행원 너가 계약금 물어낼 거냐고 한바탕 소동이 난다. 실제로 지금도 영업점, 지점에서 엄청 난리나고 있는 일들일 것이다.


그러다가도 어쩔 수 없이 손님 응대를 진행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너무 답답해서 은행 연수원 때 대출 연수를 담당했던 차장님께 전화를 드려본다. '차장님, 제가 너무 몰라서 그러는데, 주변 직장 다니시는 손님이 신용대출 상담을 하러 오셨어요. 어떤 대출 상품을 상담해드려야 될까요?' 그럼 차장님이 '계장님, 지점마다 특성이 있어서 주력으로 취급하는 상품이 다르니까 그 것부터 파악하시면 됩니다.' 원론적인 대답을 해준다.

 



..... 내가 그걸 파악했으면 너한테 물어봤겠냐! 음에 상사가 되더라도 아랫직원에게 그런 원론적이고 어설픈 대답을 하는 상사는 안 될거라고 다짐 해본다. 10년 쯤 지나 생각해보니, 그 분도 신입 대상 연수를 진행하는 본점 직원일 뿐, 전반적인 영업점에 대해선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그냥 본점 직원이라서 대출 중에서도 정말 일부 상품만 좁고 깊게 아는 사람이랄까. 뭐 사람을 잘 못 골라서 물어본 내 잘 못이지 ㅠㅠ

 

 

4.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쨌든 이건 내 상황을 말한 거고, 처음에 어느 창구에 발령 받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어느 순간에는 왠만한 모든 업무에 깨달음이 생겨버려서 어떤 것도 두렵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고, 신입 때 상사가 해줬던 말 중에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있다. 당시엔 그 말이 싫었지만 실제로 그렇고, 노력하면 그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앞당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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