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이야기 15번째입니다. 은행 단축영업을 했던 것이 2023년 1월 30일 이후로 다시 오전 9시 ~ 오후 4시 체제로 돌아왔습니다. 4시 영업종료도 너무 일찍인데, 3시반은 너무 빠르긴 했죠. 하지만 은행원들 진짜 퇴근시간, 마감업무는 어떨까요?
*은행이야기 다른 편
은행원 이야기 1편 - 내 이력
은행원 이야기 2편 - 은행원의 아침 업무
은행원 이야기 3편 - 은행 신입으로 들어오면?
은행원 이야기 4편 - 은행원 실적 압박
은행원 이야기 5편 - 은행원 연봉
은행원 이야기 6편 - 은행 창구별 업무 특성( 예금창구 , 상담창구 , 기업창구 , 로얄창구 )
은행원 이야기 7편 - 은행원들의 착각
은행원 이야기 8편 - 23년 우리은행 신년사 전문 분석
은행원 이야기 9편 - 은행 취업 현실 - 스펙 , 학벌 , 자격증 , 영어 점수
은행원 이야기 10편 - 23년 신한은행 신년사 전문 분석
은행원 이야기 11편 - 은행 퇴사를 한 이유 영업점 편
은행원 이야기 12편 - 은행 퇴사를 한 이유 본점 편
은행원 이야기 13편 - 은행 직급
은행원 이야기 14편 - 발령 받으면 좋은 지점, 안 좋은 지점
은행원이야기 15편 - 은행원 퇴근시간, 워라밸
은행원이야기 16편 - 은행 본점 vs 지점 비교, 차이점
은행원이야기 17편 - 은행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feat. 인적성)
은행원이야기 18편 - 본점 부서와 업무는 어떤 게 있을까요?(feat. 입사 후 포부)
1. 코로나 이후 은행 영업시간 변화
잠깐 먼저 은행 영업시간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코로나 전 은행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 오후 4시였는데,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각종 밤 9시, 밤 10시등 영업시간 제한 사항이 생겼었죠. 은행도 이에 맞춰 영업시간을 오전 9시반 ~ 오후 3시반으로 단축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봄 이후로 이제 일상회복이 됐는데, 은행만은 영업시간을 예전으로 안 돌리고 유지하다가 최근 강한 불만 제기가 나왔습니다. 금융감독원도 이에 대해서 제재하여 23년 1월 30일 월요일 이후로 영업시간을 원래대로인 오전 9시 ~ 오후 4시로 되돌립니다. 저는 퇴사했지만, 은행원에게는 슬픈 이야기입니다.ㅠ
어제도 오후 3시반 ~ 4시 사이에 기업은행에 대출 서류를 작성하러 가보니 사람은 없는데 오후 4시까지 문이 열려있더라구요. 하지만 은행원들은 여전히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도 은행원인 시절 오후 4시에 문은 닫지만,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압축적으로 해야하는 시점입니다.
2. 은행원 오후 4시 이후 업무
1) 마감업무
4시 이후에 은행원들이 주로 해야하는 업무는 마감업무입니다. 마감업무?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시겠죠. ㅎㅎ 마감업무 뜻 대략적으로 설명드리면 전산에 기록되어 있는 것과 실제 현금, 실제 물품 재고를 맞는지 대조하는 업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업 종료 후 내 전산 기록상에는 내가 1천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시재(금고)에 있는 현금은 1백만원이면 안 되니까요. 해결을 못하면 내가 9백만원을 메꿔야 하는 거랍니다? ㅎㅎ 무시무시하죠?
- 원화시재 마감
- 외화시재 마감
- 수표 마감
- 중요증서 마감
- 공과금 마감
- ATM 자동화기기 마감
원화시재라는 건 우리나라 돈 마감을 하는 거고, 외화시재는 환전을 해주면서 받은 돈이 있을텐데, 내 전산기록과 맞는지 대조를 합니다. 외화는 외화를 총괄 담당하는 외화출납에게 넘기고, 원화는 내 시재(금고)에 돈이 너무 많으면(보통 1백만원 기준) 원화출납에게 돈을 넘기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중요증서 뜻은 통장, 카드, 보안카드, OTP카드, 수표 등을 말합니다. 이것도 전산상의 개수와 실제 개수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수표같은 것도 개수가 맞지 않으면 난리나겠죠? 통장, 카드, 보안카드, OTP등 중요증서는 개수가 틀릴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은행원 중 누군가 가져갔다가 제 자리에 안 놨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공과금 지로용지도 모두 모아서 본점에 발송하거나 일정 기간 지점에 보관을 하게되어 있어서 일자별로 정리를 해놓습니다.
ATM 자동화기기 마감업무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기 전산상 안에 있어야 할 현금과 수표의 개수와 실제 개수와 정확히 일치한지 확인하는 업무입니다. 보통 다를 일은 없지만, 간혹 다른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 때부터 이제 모든 기록을 뒤져보고, 기기 내부를 샅샅이 뒤져서 현금이 이상한 곳에 끼어있지 않는지 확인을 하는 업무를 해야합니다.
수표 마감 업무는 당행 수표 (우리 은행 거), 타행 수표 (다른 은행 거)인지에 따라 구분해서 업무처리를 해야합니다. 일단 당행 수표와 그 외 타행 수표를 구분합니다. 처리가 완료된 당행 수표는 당행 본점에서 보관하며, 다른 은행 수표는 타행과 교환을 합니다. 작은 은행과 같은 경우 직접 지점에서 업무 담당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시중은행에서는 보통 당행/타행 수표를 구분해서 본점에 발송을 하면 본점에서 업무 처리를 대신 해줍니다. 어쨌든 분실에 매우 유의하여야 하고, 혹여 사용완료된 수표에 대해서 재사용이 쉽지 않도록 도장을 찍어놓습니다. 당행 수표에 대해서는 출납방 도장, 타행 수표에 대해서는 교환방(횡선방) 도장을 찍어놓습니다.
예금창구 직원들이 보통 마감업무를 많이 담당을 합니다. 지점의 모든 은행원 분들이 얼마나 마감업무에 협조적으로 빨리 해주는지에 따라 빠른창구 직원들의 퇴근시간이 달라집니다. ㅎㅎ 지점은 보통 아래 4개 창구로 구성이 되는데, 자세한 건 아래 링크 참고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예금창구 ( = 빠른창구 / 우리은행에선 우리창구 )
- 기업창구
- 로얄창구 ( = TC창구 )
- 상담창구 ( = 개인대출창구 )
2) 전표 정리, 서류 정리, 결재 및 발송
그 날 고객이 은행에 와서 작성한 서류도 일괄 정리하고, 자서(서명)이 빠진 게 없는지 검토하고 본점에 발송하는 업무가 있습니다. 요즘 은행에 가면 종이서류가 많이 없어지고, 태블릿으로 서류 작성을 하는 시스템으로 많이 바뀌어서 이 업무를 하는 직원은 많이 편해졌을 것 같습니다. 아마 본점에도 지점에서 발송한 서류를 검토하는 수신업무센터, 여신업무센터 은행원들이 있었는데 이 분들도 많이 편해졌거나 직무가 많이 없어졌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여전히 대출 서류는 직접 받는 경우가 꽤 있더라구요. 저도 작년에 우리은행, 어제 기업은행에 가서 대출 서류를 작성했는데, 대출에 관해서만큼은 여전히 직접 종이서류에 작성을 하더라구요. 다른 은행은 태블릿 서류 작성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은행원들은 이렇게 손님으로부터 받은 전표, 예금, 대출, 카드, 외환 등 각종 서류 정리 및 결재를 받고, 본점 발송 혹은 지점 보관을 하는 업무를 합니다. 정리, 결재, 발송, 또 다시 정리, 결재, 발송입니다. 저는 정리를 참 못하는 사람인데, 은행원 시절 참 이런 업무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네요. 은행원 9년 동안 제가 처음으로 정리를 해보려는 습관이 조금은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 제 동료 은행원들은 인정하지 못하겠지만요. ㅎㅎ )
3) 기업 자금 집행 업무
주로 큰 기업들이 많은 지점의 기업창구 직원들 같은 경우에는 회사 재무팀이 바쁠 시간에 같이 바쁩니다. 회사의 결제일, 말일, 급여일 같은 경우에는 오후 4시에 지점문은 닫았을지 몰라도, 기업의 재무팀과 상시적으로 연락을 하며 업무를 처리 해줍니다.
회사의 시스템 상 인터넷뱅킹이 안 되는 기업들(대표가 의심이 많은 스타일)은 급여이체. 결제업무를 은행원이 직접 업무처리를 해줍니다. 기업창구는 보통 앞에 사람은 안 앉아있어도, 은행팩스, 인터넷뱅킹 등으로 지점에 업무가 배정 됩니다. 그럼 그 업무는 보통 기업창구 직원 업무일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업무가 끝나고 나서 급여이체 내역이라든지, 각종 결제내역 들을 기업에 다시 보내줍니다. 가산 지점에 있을 때 오후 4시 종료 후에도 인터넷뱅킹이랑 메일에 산적해 있는 각종 이체 및 국내송금, 해외송금, 신용장 업무 등을 처리해주고, 또 각종 결제내역, 각종 이체내역 등을 업체에 발송하는데, 급여일이나 말일이 되면 이 업무만 끝내도 저녁 7시쯤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업무들을 간소화해주는게 팀장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3년차 때였는데 팀원들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비효율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의문이 듭니다. 아무튼 병신같은 팀장을 만나 고생을 엄청 했습니다.
4) 대출 관련 업무
마감 후 개인대출 업무를 주로 하는 상담창구, 기업의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기업창구 직원들은 대출관련 업무를 열심히 합니다. 영업시간 때 받은 대출 관련 서류들을 하나씩 다시 검토하면서 대출규정과 대조해보고, 감정평가기관에 감정의뢰, 대대행기관에 현장조사 등 의뢰를 합니다. 또 대출 정보를 전산에 입력을 하고 지점장, 본점에 승인을 올립니다.
사실 모든 업무 중에 대출 업무가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검토할 것도 많고 규정도 많고, 또 최근 몇년간은 부동산 대책으로 규정도 너무 많이 바뀌고, 대출 업무이다보니 리스크도 많으니까요. 이 업무량에 따라서 실제 영업시간은 오후 3시반, 오후 4시에 끝날지 모르겠지만, 퇴근 시간, 야근 시간이 달라집니다.
3. 은행 퇴근시간, 업무강도, 워라밸
글을 읽다보면 눈치채셨겠지만, 같은 지점이라도 창구마다 퇴근시간은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금창구, TC창구(PB창구) 는 그래도 워라밸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됩니다. 어제 기업은행에서 대출 자서를 작성하다 보니까, 유연근무를 쓴 예금창구 직원 같은데 오후 5시에 퇴근하더라구요. 반면 제 대출을 담당해줬던 직원은 오후 6시반에 지난 주 목요일에 문자를 보내오곤 했었습니다. 제 대출 관련해서 문자 하나 발송해주고 바로 퇴근을 하진 않았겠죠? ㅎㅎ 저는 가산쪽 지점에서 기업창구에 있었을 때는 업무를 좀 하는 시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후 9시쯤 항상 퇴근을 했습니다.
시점에 따라서도 좀 다릅니다. 은행에 처음 은행에 입행해서 개인대출을 하던 시절에도 업무가 엄청 힘들었던 시절은 저녁9시, 저녁10시 퇴근이 몇달 내내 이어진 기간도 있었습니다. 반면, 제가 업무에 익숙해진 어느 시점부터는 그래도 저녁 7시쯤에는 퇴근 가능했습니다.
또한 지점에 따라서도 달랐습니다. 강남이나 명동 쪽 지점에 있을 때는 손님들이 비교적 돈 있고 깔끔한 사람들이 많아서 대출 업무 진행하기나 실적면에서 괜찮아서 저녁 6시반 이전에 퇴근하는 적이 많았습니다. 가산에서는 정상적으로 퇴근하는 평균 퇴근 시가닝 저녁7시~ 저녁 7시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말한 이야기는 은행 초창기 시절, 약 5년전 ~ 10년전 쯤 된 이야기이고 요즘은 어떨까요? 주변에 문의를 해보면, 그래도 지점에 피시오프(PC OFF) 제도가 생기고, 주 52시간제로 바뀌면서 퇴근이 빨라졌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저녁 있는 삶을 만들어주겠다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PC가 꺼지는 제도를 만들었는데요.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야근을 할 수 없어서 야근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있고, 야근 설정 안한 날은 오후 6시에, 야근 시간을 설정한 날은 설정한 시간에 PC가 모두 꺼집니다.
4년 전쯤 제가 은행 본점에 있을 때 주 52시간제, PC OFF제도가 은행에 도입되었는데, 일이 급한 날은 이 제도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PC OFF 제도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특히나 부지점장, 차장 중에 일도 안하면서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회사에서 야근하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이런 사람들이 괜히 야근 하는 척 하면서 일도 오히려 더 아랫 사람에게 던지고 가고, 무슨 저녁 시켜달라고 하고 집에 안 가니까 아랫사람들도 못 가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런 문화는 거의 청산이 된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전직 은행원의 마음으로 오전 9시 ~ 오후 4시로 바뀐 부분은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다. 다만 너무 많이 야근하는 문화가 또 다시 스멀스멀 생기질 않기를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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