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요즘 이슈인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은행원 입장에서 봤을 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가장 큰 문제가 쏙 빠진 것 같아서 생각이 들어서 답답했습니다.
1. 전세사기 특별법 주요 내용
피해자의 구제책을 보니까 3가지로 압축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첫 번째 매수를 희망할 때는 우선순위로 매수할 수 있게 해주고, 두번째로 거주 희망을 원할 때는 LH가 해당 주택을 구입해서 저렴하게 임차인에게 임대를 해줍니다. 또한 세 번째로 생계가 어려울 수 있으니 피해자 생계비를 대출과 지원금을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 매수 희망시 우선 순위 매수 가능, LTV 100% 지원
- 거주 희망시 LH에서 해당주택을 매입하고 저렴하게 임대
- 피해자 생계 지원
2.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받은 전세대출 상환 문제입니다.
하지만 피해구제책에서 정말 제일 중요한 내용이 빠졌는데요. 전세집을 들어가면서 받아놓은 세입자들이 받은 전세대출을 어떻게 구제해줄 건지를 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이게 주요 핵심이어야 합니다. 이 대출을 당장 갚아야할텐데 갚지 못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왠만한 전세사기피해자들이 대부분 전세대출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 것도 전세금의 70% ~ 100% 정도 전세대출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금이 날라간다는 의미입니다. 전세금이 날라가면 당연히 전세대출을 갚으라고 은행이 요구하겠죠. 설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경매로 넘어가는 집에 우선매수권을 써서 집을 구입하며 100% 대출이 다 된다고 해도, 전세대출은 별도로 일시에 갚아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전세집에 사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그리고 LH에서 해당 주택을 매수하고 낮은 시세로 피해자들에게 임대를 해준다고 해도, 기존 전세대출은 일시에 갚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존 전세금은 날라가고, LH와 새로 전세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기존 전세금과 연계되어있는 전세대출 역시 상환을 해야합니다. 정부가 제시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어도 전세대출은 상환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기존 전세대출을 상환할 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되버립니다. 정리하면 기존 전세대출에 대해 상환을 할 수 있도록 긴급 대환대출을 해줘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략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3.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희망이 없고 자유가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경매로 나온 주택을 세입자에게 떠안으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해당 주택들은 다세대주택, 빌라가 많습니다. 다세대주택,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선호도가 낮지요. 만약 경매로 나온 빌라를 어쩔 수 없이 취득을 한다면, 무주택 요건이 없어지게 되서 청약의 기회와 희망이 완전히 날라가 버릴 수도 있습니다. 청약이 무주택 서민에게는 내가 원하는 새 아파트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 희망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 이사를 꼭 다른 지역으로 가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택 매수 방식이든, LH 임대 어떤 방식이든 전세사기피해 지역에 오래오래 살라는 그런 내용이더라구요. 거주권을 보장하겠다고 한다는 말은 알겠지만, 마치 중국, 북한에서 제정된 법 같은 느낌입니다. 거주 이전의 자유가 완전히 제한된 느낌이 들더라구요.
'미추홀구에 계속 살지 않을 사람에게는 혜택이 없다.' 혹은 '미추홀구에라도 살 게 해주려고 노력중이니 감사하게 받아들여라'고 들립니다. 정말 전세사기 피해자가 우려되어 법을 내놨다면, 미추홀구에 살 사람, 살지 않을 사람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내놔야하지 않을까요?
4. 정리
마지막으로 저는 이 번 전세사기 문제에 있어 정치적으로 접근할 마음은 없습니다. 특정한 정당을 옹호한다던가, 어떤 한 쪽을 깎아내리고 싶단 마음이 전혀 없구요. 오히려 두 정당에게 모두 비판적인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대책(임대차 3법)에 있다고 생각이 들구요. 솔직히 임대차3법 때문에 전세가가 폭등하면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근저당권이 많은 빌라, 오피스텔 등 열악한 전세여건으로 서민들이 밀려난 건 사실입니다.
근저당권이 있는 집이어도 전세가 부족해서 선택권 자체가 없었죠.
하지만 현재 전세 사기 특별법을 제정한 현 윤석열 정부도 잘한 게 없습니다. 전세사기구제 방안을 봤을 때 이게 제대로 된 대책인지 제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갑니다. '국민의 힘, 그리고 현 정부는 다들 전세 살아본 적이 없나?', '청약은 해봤나?', '다들 강남 혹은 남들 살고 싶어하는 지역에 살아서 이 상황을 이해를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입니다. 지원을 해줄 거면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줘야 하는데, 엉뚱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니 더 욕을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임대인, 임차인 어느 쪽 편도 아닙니다. 사실 저는 임대인도 사기의도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경매 사례들을 대충 보니 집 감정가 범위 내에서 담보대출을 받고 전세를 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구요. 만약 정말 사기를 칠 의도였으면, 집 감정가 이상으로 대출+전세를 마구잡이로 임대했을 거에요. 그리고 사고가 나기 쉬운 주택이었다면 애초에 은행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전세대출도 해주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수백채를 임대했다고 조직적인 사기꾼이라고 하면, 현재 수백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동일한 논리로 찾아내서 엄단하면 될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갑작스러운 부동산 급락장, 전 정부에서 말도 안 되게 높여버린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그걸 개정하지 못하는 현재 무능한 정부, 급등해버린 대출금리 등의 요인으로 임대인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번 사태의 피해자들이 최대한 원만하게 이 사태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적절한 구제책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누군가를 악마화하거나 희화화 하지 말구요. 저는 10년간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하며 전세계약서를 수천건은 봤지만, 이번 사태는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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